글로벌 아웃소싱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이제 R&D나 디자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기업 생존 전략의 일환이 되고 있다. 글로벌 아웃소싱의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의 시사점을 제안한다.             - 김국태 경영연구그룹 연구원 -

글로벌 아웃소싱이 기업 활동의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듀크대와 아키스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중 70%가 현재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고 있으며, 55%가 향후 3년 이내에 이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유엔 무역개발위원회 조사에서는 유럽 500개 기업 중 200개 기업이 이미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 현상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양적인 팽창 외에 내용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변화되고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웃소싱의 혁신적 변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글로벌 아웃소싱은 비용절감을 위해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 부문을 담당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IT업무의 급성장과 함께 ‘오프쇼어링(Offshore Outsourcing)’방식, 즉 외주 용역업체를 통해 서비스분야 인력을 다른 나라에서 고용하는 경영기법이 확대되고 있다. 맥킨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프쇼어링은 향후 5년간 매년 30~40%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오프쇼어링의 형태 또한 콜센터, 의료 기록 필사(transcription) 대행업, 회계 데이터 처리 같은 단순 업무에서 재무 분석, HR 등 기업 업무의 한 과정을 통째로 내보내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로 확대되고 있다.
 
아웃소싱과 관련한 최근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화는 기업의 핵심 분야인 디자인, R&D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델, 모토롤라, HP 등 글로벌 기업들은 노트북, HD TV에서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하이테크 제품들의 디자인을 아시아의 아웃소싱업체들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자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잉사는 인도의 HCL테크놀러지와 최신 기종에 사용될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 중에 있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와 엘리 릴리사도 신약개발을 아시아의 생명공학 회사들과 공동으로 하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대세 
 
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급격한 노령화와 노동 참여율 감소 등으로 2010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노동시장에서 약 560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 중에서 특히 약 97만명의 기술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같은 인력부족 현상과 함께 IT 기술발달에 따른 통신과 인터넷 발달로 지구 반대편에서라도 의뢰한 업무를 실시간으로 감독·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글로벌 아웃소싱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시장을 넓힘과 동시에 그만큼 기업 경쟁을 격화시켰다. 자연스런 결과의 하나로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품 개발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더구나 까다로운 고객 취향은 하나의 아이템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휴대폰 모델 하나를 설계에서부터 제품으로 완성하는데 대략 1천만 달러와 150여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객들의 복잡하고 다양해진 니즈를 고려할 때, 시장에서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업의 R&D 투자 부담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 부분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은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모토롤라, Cisco, HP, 루슨테크놀러지 등 IT 기업의 예를 보면 과거에 비해 폭 넓은 제품사양을 시장에 선 보이면서도 실제 R&D 부담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Cisco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과거 5년간 평균 17%에서 2003년 14.5%로 하락하였다.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되는 R&D 부분에서의 아웃소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기가 되었을 것이다.  


글로벌 아웃소싱과 경영활동의 변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가 가져온 기업 경영활동의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 시장 확대의 전진기지화 
 
최대 글로벌 아웃소싱지로 꼽히는 인도의 경우, 과거 비용 절감에 초점에 맞추어졌던 것에서 시장 확대의 전초지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델컴퓨터는 인도에서 2천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등 아웃소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인력증원이 고객지원업무가 아닌 S/W 연구개발 부문의 인력 증원이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 델의 CEO, 케빈 롤린스는 향후 성장의 대부분이 미국 밖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도 아웃소싱 확대의 목적이 단순한 비용절감용이 아님을 강조했다. 델의 움직임은 아웃소싱이 기존의 비용 절감 목표에서 S/W 개발 역량을 강화하여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수단의 일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니치플레이어 등장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고도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니치플레이어가 비즈니스 성장모델로 떠오른 것도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대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업체가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자일링스와 ARM이다. 세계 최초로 팹리스 모델을 내놓은 자일링스의 경우, 제품 생산은 대만의 UTM과 미국의 IBM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영업망까지 세계 각국에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설계와 연구개발만을 맡아 세계 PLD시장 분야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도 제품생산 대신 모바일 제품용 CPU의 코어 기술만을 주요 반도체업체에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공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팹리스기업협회(FS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반도체업체가 연평균 7% 성장한 데 반해, 상위10대 팹리스 업체들은 20% 성장세를 기록했다. 마진율에 있어서도 연평균 47.3%로 반도체업체의 44.5%를 상회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20~30%를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적과의 동침 
 
R&D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R&D 생산성의 향상은 가져왔지만, 새로운 경쟁자를 스스로 양성하는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실제로 휴대폰업체에서 그 사례가 등장했다. 모토롤라는 수백만대의 자사 휴대폰의 생산과 개발을 대만의 벤큐사에 아웃소싱해왔다. 그러나 벤큐사는 작년에 자사의 브랜드를 달고 중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였다. 과거의 단순 제조 아웃소싱과 달리, 기업의 핵심 영역인 R&D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아웃소싱업체가 경쟁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과거 아웃소싱의 금기 영역이었던 R&D 부문마저 외부업체에 맡기게 되면서 외부의 기업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는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거 연구개발에 대한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경쟁우위를 가졌던 기업들이 이제는 외부업체의 R&D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점차 핵심역량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 BCG의 부사장 짐 앤드류는 “기술 혁신이 외부 공급업체에 맡겨진다면, 기업들의 내재적 가치는 점차 소멸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기업의 핵심 분야마저 점차 외부로 넘겨진다면, 그만큼 기업이 직접 소유할 수 있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역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에의 시사점 
 
앞서 살펴본 글로벌 아웃소싱의 동향과 기업 경영활동의 변화 모습을 고려하여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 생산 외 기능으로의 확대 
 
글로벌 아웃소싱의 트렌드는 단순히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자사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영역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종신고용이라는 사회규범 때문에 상당부분을 수직통합 시스템에 의존해 온 소니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인력까지도 아웃소싱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혁신적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생산비용 절감 위주의 아웃소싱에서 벗어나 R&D나 디자인 등 여타 영역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이리버로 대표되는 MP3제조업체인 레인콤의 사례는 본받을 만하다. 제품의 생산은 중국에 공장을 둔 홍콩 AV컨셉트사에, 기술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MP3플레이어의 차별적 요소인 제품디자인은 실리콘벨리에 본사를 둔 이노디자인에 아웃소싱하였다. 그 대신 레인콤은 R&D와 마케팅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디자인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디자인 아웃소싱 비중을 향후 확대할 계획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 지역적 리스크에 대응 
 
매출 500억달러 이상의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딜로이트 앤 투쉬가 실시한 아웃소싱 관련 조사에 따르면, 아웃소싱한 기업 중 25%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용과 부작용으로 추가적 아웃소싱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4%는 계약서상 명기되지 않은 숨어있는 추가비용과 리스크 등으로 비용절감에도 실패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아웃소싱은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파트너업체를 지배못할 경우 막대한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휘둘리게 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아웃소싱의 대표적 국가는 인도와 중국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법제적 인프라 등으로 지역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스위스 경제학자인 리히터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아웃소싱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아웃소싱하려는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GE는 인도 글로벌 아웃소싱의 시발점이자 BPO의 성공모델이었던 GE캐피털인터내셔널서비스(Gecis)를 지난해 매각했다. 인도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 매력이 떨어졌으며, 인도시장 자체가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자체 고급 인력수요를 높여놓아 고급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국 금융업체 캐피탈원, 투자은행 레만브라더스 등이 인도 안내원의 영어구사 능력이 낮으며 고객불만도가 높다는 등의 이유로 콜서비스 업무를 다시 본국으로 옮겨간 사례도 있다.
단순히 저임금 차원이 아닌 고객 서비스의 질, 기술력을 비롯해 시장성과 정치·사회적 안정, 문화적 동질성 등 지역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 최적의 파트너 선정과 역할 분담 
 
성공적 글로벌 아웃소싱을 위한 또다른 조건으로 파트너의 선정 및 합리적인 역할 분담과 성과 공유 등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해외 파트너만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도요타의 경우, 품질·가격·납기라는 세 조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파트너와 거래한다는 원칙 하에 일본 내 1500여개 업체들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CCC21프로젝트에 따라 아웃소싱업체가 스스로 품질개선의 아이디어를 내는 등 공존공영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비용절감과 파트너사의 경쟁력 제고를 함께 달성하였다. 반면 벤츠의 경우 해외 아웃소싱업체에 과도하게 의존만 하다가, 부품업체의 품질력 저하로 최근 미국시장에서 2천대 차량의 리콜사태로까지 이어졌다.
 
‘Treo650’라는 스마트폰 개발 시 PalmOne사가 보여준 접근 방법은 글로벌 아웃소싱과 관련된 바람직한 역할 분담의 사례라 할 수 있다. 2001년부터 대만의 ODM업체인 HTC에게 하드웨어적 제품설계를 담당하게 하고 PalmOne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외관과 느낌, 디스플레이와 코어칩 등 핵심 요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PalmOne사가 직접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아웃소싱의 혁신 과정에서 양사 간 성공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으로 PalmOne사는 개발기간을 수개월, 제품결함을 50% 감소시킬 수 있었다.
 
● 핵심 요소에 대한 보호 장치 마련해야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과 변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도 어느 영역까지 외부에 맡길 것인가는 각 기업이 보호해야 하는 차별적 핵심 역량에 달려 있다. 모든 제품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델은 제품의 자사 디자인이 차별적 핵심역량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 모토롤라의 경우, 저가 휴대폰은 모든 개발을 외부업체에 의존하지만, 레이저폰 등 최고급품의 모든 개발요소는 본사가 직접 통제하는 이원화된 체계로 가져가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에 강점을 가져온 애플사의 경우, 아웃소싱의 확대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핵심역량 보호를 어필하기 위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즉, 자사의 연구소가 히트상품을 직접 개발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iPod의 뒷면에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문구를 새겨넣고 있다.
 
해외 R&D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 또한 해외 R&D업체와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때 자사의 핵심역량이라 판단되는 지적재산기술과 범용기술 간 경계에 대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아웃소싱의 확대 속에서 자사의 강점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투자자나 소비자에게 명확히 인지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냉철한 경계 설정부터 
 
글로벌 아웃소싱은 더 이상 저임금국가로의 일자리 이동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기업 자원을 집중하기 위하여 유연성을 높이는 전략적 수단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노키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퍼티 코호넨의 말처럼, 오늘날 기술과 공급업체들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어느 기업도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거역할 수 없는 글로벌 아웃소싱 시대에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자사가 끝까지 직접 보유하고 통제해야 할 핵심 요소와 외부로 넘길 수 있는 여타 요소 간 경계선을 조정하여 긋는 작업부터 냉철하게 시작해야 한다. 최신 기술이 되었건, 고객과의 관계가 되었건 간에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면 결코 경계선 밖에 두지 말아야 한다.  
2008/07/04 18:03 2008/07/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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