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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한국 기업은 '지기(知己)'로 성공해 왔다. 앞으로 50년간에도 성공을 지속하려면 '지피(知彼)'가 필요하다. 글로벌기업과 한국기업간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조명해 봄으로써 '백전불패(百戰不敗)'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사람에 대한 생각을 비교해 보면, 글로벌기업은 Output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국기업은 Input과 성실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판단한다. 일에 대한 생각을 보면 글로벌기업은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에, 한국기업은 경쟁사 제압에 집중하여 업무를 수행한다. 한편 글로벌기업은 전문역량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에서 담당자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반면, 한국기업은 일반적 소양과 조직에 대한 충성을 높이 사는 수직적 조직에서 관리자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어 왔다. 경영에 대한 생각 역시 글로벌 사고방식은 업의 본질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한국적 사고방식은 기업의 규모와 매출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와 그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의 실정에 맞게 글로벌 방식을 적용하는 기업만이 세계시장에서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다.

< 목 차 >

I. 논의의 배경
II. 知彼知己 ... 7가지 생각하는 방식 비교
III. 百戰不敗 ... 한국에 맞는 글로벌 사고방식의 적용

I. 논의의 배경

왜 지금 글로벌기업을 보는가?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百戰不敗),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 다 이긴다고 했다. 이 원리는 기업들이 활약하는 경제 전쟁의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50년 간 일궈낸 성과를 보면 세계 무대에서 치러진 수 많은 전투에서 이겨온 것을 알 수 있다. 1인당 GDP가 1955년의 87달러로부터 시작하여 2007년에는 2만달러를 넘은 것은 세계 경제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공의 의 기록이다. 한 두 세대 전만해도 산업 기반이 전혀 없었고 천연자원도 대단치 않았던 나라, 게다가 전쟁으로 초토화된 나라가 오늘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되고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

이런 도약이 가능하였던 것은 많은 기업들이 경공업, 중공업, IT산업 할 것 없이 제각각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여 이겨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과 경제의 성공은 '나를 아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개발 시작 당시 제한된 내수시장 규모, 천연자원과 산업기반 부족 등이 약점임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시장을 보호하고 수출과 인적자원의 활용으로 눈을 돌릴 것이 주효했다. 경제개발이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싸고 풍부한, 그러나 훈련되지 않은 인력으로 도 경쟁할 수 있는 경공업을 위주로 승부하였다. 그후에는 전국적 교육열풍을 일으켜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기본 소양이 높은 블루칼라 노동력을 기반으로 중공업을 키우고, 3D를 마다하지 않는 건설 노동력을 수출하고, 사무계층의 노동력을 증강하였다. 이렇게 우리의 강점인 인적자원을 십분 살린 것이 반세기의 경제발전과 기업들의 성공의 한가지 근원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은 우리가 다시 우리의 기업문화와 글로벌기업의 문화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하면 시장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끊임없이 적응하여 효율을 높히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 놓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숙명이고 일상사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적응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환경의 변화가 오는 시기들이 있다. 한국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세계적 경제대국들인 미국, EU, 중국, 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 중 하나이다.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아 왔던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까지 한층 많은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사이 국내시장의 고객들도 빠르게 글로벌화되어 왔다. 해외영행객의 수가 1990년에는 연 100만 명 남짓 했던 것이 이제는 연 1300만 명으로 늘었고 추계인구의 15%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같이 해외시장의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국민들이 글로벌한 취향과 니즈를 갖게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 인터넷으로 세계 각국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 것까지 감안하면, 내수시장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얼마나 더 통할까조차도 의문이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의 50년간도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자들과 맞붙어 이기기 위해 '적을 아는 것'도 필수적인 생존 여건이 되었다.

한국의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을 다른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적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한층 더 확연해진다. OECD 국가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2,354시간으로 단연 가장 길다. 노르웨이 노동자들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긴 시간을 일하며,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1.5배가 족히되는 장시간 근무이다. 한국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가까이서 본 외국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도 '건물의 불을 끄고 나가는 자세'가 있음을 안다. 이것이 과거에는 우리기업의 성공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을 겹쳐보면 그림이 좀 달라진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 노동생산성의 58%에 불과하다.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추어 보아도 20% 이상 낮다. 시장은 국제화되고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경쟁이 가속화되는 마당에 외국 기업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생산성이 뒤쳐져서야 배겨낼 재간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라지만 하루에 24시간보다 더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글로벌기업들, 특히 생산성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따라서 주요 연구의 대상은 소위 '잘 나가는' 외국 기업 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업들의 제도나 일하는 방식을 무작정 모방해서는 안된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했던 과거의 우리 기업들이나 지금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을 무시하면서 엉뚱한 남의 제도를 들여온다면 되려 일을 그르치기만 할 것이다. 많은 공을 들여 벤치마킹을 하여 성공한 기업들의 제도를 들여와도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바로 이런 예이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흔히 듣는 실패의 이유이고, 또 사실 그러하기도 하다. 환경을 알고 '나를 알아' 환경에 잘 맞춘 것이 성공의 원인 이었으니, 남을 따라 배운다고 나를 잃어버려서는 큰 도움이 될리 없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면서 두 발 뒤로 물러서는 격이다.

그렇다면 글로벌기업에 대해 무엇을 알면 우리 기업의 새로운 도약에 도움이 될 것인가? 기업의 일시적 행동이나 제도만 베껴와서는 부족하다. 그런 행동과 제도의 배경에 깔린 '생각하는 방식'을 알아야 그것이 우리의 기업 환경과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가려쓸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은 농구장이라는 환경에서는 세계 최고의 결과를 내지만, 누군가가 그 행동만을 빌려다가 축구장에서 조던같은 덩크슛을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결과가 나올 것인가? 반면에 조던의 덩크슛 배경에 깔린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한다'나 '공만을 생각한다'는 생각들을 배운다면 비로서 배구 경기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결국, '적을 아는 것'은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단 그들의 생각을 이해한 후에는 우리 기업에 맞도록 변형하여 쓸 수도 있고 전혀 환경에 맞지않는 부분은 골라서 버릴 수도 있다.

본문에서는 기업의 생각하는 방식을 크게는 사람에 대한 생각, 일에 대한 생각, 조직가지 에 대한 생각, 그리고 경영에 대한 생각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7가지 중요한 사고방식을 정리해 보았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의 예와 한국 기업의 예를 비교하였으나, 글로벌 기업도 천차만별이며 한국 기업도 시기와 덩치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자 한다. 본문에서 글로벌 기업의 생각과 예는 외국 기업들 중 성과와 생산성이 뛰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들 중에서 찾았으며, 한국 기업의 생각과 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지금까지 흔히 보여진 문화와 행동양식들을 일반화 한 것이다. 생각의 차이를 중심으로 하였으므로 한국 기업 중에도 극히 글로벌적인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II. 知彼知己 ... 7가지 생각하는 방식비교

1. 우수한 인재란?

'어떤 사람이 우수한 인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얼핏 보면 어떤 기업이나 상황에서도 같은 답이 나올 것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면에서부터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간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라면 글로벌이나 한국에서 다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겠지만, 기업에서 사람을 뽑고 승진시킬 때 모든 면에서 빠짐없이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때 무엇을 보고 사람의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춰 인재인가의 여부를 판단할지, 그 기준이 다른 것이다.

Output-Input
 
글로벌 기업은 주로 그사람이 내는 Output을 보아야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지만 한국 기업은 그 사람의 Input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나타나는 실행 상의 차이는 채용할 때 이력서만 보는가 인턴십도 거치게 하는가이다. 프린터 업계에서 세계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휴렛팩커드는 전세계 120여국에 총 직원 수가 12만 명을 넘는다. 당연히 매년 뽑는 신입사원의 수도 엄청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서류전형과 인터뷰에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일을 시켜 그 사람의 결과물을 검증하고서야 사람을 선발한다. 아무리 뛰어난 이력과 학력을 가진 사람도 결과물을 보지 않고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에서는 인턴이라는 제도 자체를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최근 인턴제도를 활용하는 회사들이 꽤 많이 생겨났지만 대개 사람을 뽑을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력서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최종학력과 학점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단 어느 정도의 학력이 되지 않으면 인턴의 기회부터 주어지기 어렵다. Input이 Output보다 우선적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Output이 Input보다 극단적일 정도로 우선시하는 예가 나온다. 1970년대 당시 월 스트리트에서 1위를 달리던 한 투자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데 수백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중 대부분이 하버드나 MIT를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이었으나 이 회사는 실전 인턴시기를 거친 끝에 가장 높은 영업실적을 올린 고졸의 학력을 가진 무전 걸식자인 흑인 지원자를 뽑았다. 이 '영화 같은 실화'의 장본인인 가드너 리치씨는 회사에 막대한 기여를 한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연매출 수천억달러 규모의 자기 기업을 설립한 CEO가 되었다.
 
창의성 - 업무수행성

사람의 어떤 면을 중심으로 인재라고 보는가도 차이가 난다. 싸고 성실한 노동력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성장의 기반으로 삼아온 한국의 기업 발전사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기업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을 우수한 인재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의 시장과 기업의 상황에 적절했던 것이고, 지금도 안정된 산업에서 전례가 있는 업무에는 이런 사람들이 가장 좋은 인재인 것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인재의 개념은 전혀 달라져야 한다. 즉, 창의성과 자발적 의견이 중요해진다. 구글이 인재를 찾는 방법 중 하나인 '옵스큐어 광고(obscure advertising)'는 창의성에 중심을 두는 인재상을 잘 보여준다. 지하철 역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에 쓰인 엉뚱한 수학 수수께끼에서 시작되어 일련의 창의적인 수수께끼들을 풀어나가면, 구글의 특별채용 사이트에 연결이 되는 방식으로 별난 천재들을 찾는 것이다.

얼마 전 다수의 한국 변호사들이 다국적 기업 고객들과 만나 회의를 한 일화를 들으며 이런 관점의 차이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시간 정도의 회의를 하면서 한국 측의 대표 변호사와 팀장 변호사가 주로 고객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회의가 만족스럽게 끝나고 모두 일어나는데 고객 측에서 갑자기 몇몇 변호사를 지칭하며 다음 회의에는 그 사람들을 참석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대표 변호사가 무슨 실수가 있었는가 물었더니, 고객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저 사람들은 한시간동안 한마디도 안했으니, 기여하는 바가 없는 사람들이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생각으로 보면 회의를 준비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중요한 고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사가 주로 하는 것이 상례지만, 글로벌식 사고방식을 가진 고객 쪽에서 보면 회의 중에 자기 의견을 한마디라도 덧붙이지 않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돈주기 아까운' 사람들인 것이다.

2.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상화에 맞추어 적절히 인재를 뽑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즉, 육성의 문제이다. 여기서도 커다란 생각의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일을 통한 육성이 많다. 휴렛 팩커드나 제너럴 밀스의 경우는 육성의 80~90%가 직장 내 훈련(OJT)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일을 맡기고 이를 수행하는 동안에 옆에 상사나 멘토가 붙어 지도와 코칭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항공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건재해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타 항공사들에 비해 감독자가 일선 직원들을 코칭하는데 쓰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에서는 액션 러닝이나 성과와 연계성이 강한 교육을 강조한다. 자질이 있다고 보고 육성의 대상으로 선정한 사람에게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CEO 후계자로 지목되면 전공과 아무 상관없는 분야를 맡겨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기도 한다. 교육훈련의 효과는 교육이 끝난 직후가 아니라 업무에 돌아가 배운 것을 적용하여 내는 성과를 통해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언제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준비가 되는 즉시 빨리 발탁하고 다음 단계의 육성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GE의 고속승진제도(fast track)인데, 이를 통해 잭웰치와 제프리 이멜트가 40대 초반에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한편, 한국 기업의 일반적인 육성방식은 집합교육과 훈련이다. 우리가 '기업 훈련'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큰 강의실에 모여 강사에게서 지식을 전달받는 모습이다. 물론 많은 우리 기업들에 사수제도가 있어, 사수가 입사 초기에 큰 힘이 되어주고 그 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통한 육성이 적용되는 시기가 글로벌 기업과는 다르다. 글로벌은 CEO후보자에 이르기까지 경력 전반에 걸쳐 일을 통한 육성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 기업에서는 입사초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에서는 언제 사람을 육성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직급교육'이라는 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준비가 되면 아무 때나, 되도록 빨리"라는 글로벌 생각 방식과는 달리 "때가 되면, 차례가 왔을 때"라는 생각이 주가 된다.
         








    
2008/07/21 14:07 2008/07/21 14:07

"뉴 파워 IT기업" 에서 배운다 - 정성천 -

IT산업의 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2위 포털 기업인 야후를 인수하려는 한편, PC 기업인 HP와 연합하여 검색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슬림 디자인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된 레이저폰을 앞세워 업계 2위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모토로라는 최근 5위의 지위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다른 기업에게 인수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1~2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IT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IT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난 몇년간 성장률과 수익률 면에서 고성과를 창출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애플, 닌텐도, RIMM 등 세 IT 기업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고유한 경쟁 무기 확보, 새로운 시장 발굴 및 육성, 미래 성장 이니셔티브에 대한 발빠른 대응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과 경쟁하는 기업들로서는 단기간에 이들을 벤치마킹하여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성공 비결에 기반하여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학습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성공 비결대로 사업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되 당장에는 경쟁자의 급소를 공략, 상생의 전략 파트너를 찾아내며, 새로운 파워 기업들의 역량을 이용하여 오픈 이노베이션을 최적화하는 등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 목 차 >
 
Ⅰ. 최근 고성과 IT 기업들
Ⅱ. 최근 고성과 IT 기업의 성공 비결
Ⅲ. 고성과 기업과 경쟁하려면
Ⅳ. 맺음말

 
 
I. 최근 고성과 IT 기업들 
 
지난 4월 비즈니스 위크지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공동으로 선정한 ‘2008년 혁신 기업(Most Innovative Companies 2008)’을 발표하였다. 작년까지는 경영진(글로벌 2500대 기업의 경영진)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만을 반영하였지만, 올해는 최근 4년간의 매출 및 이익 성장률과 평균 주식 수익률을 포함시켜 대상 기업을 선정하였다. 업계의 평가는 물론 실제 경영성과를 반영시킴으로써, 혁신과 성과에 대해 보다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조사 및 선정 결과에서 중요한 몇 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상위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IT 기업이었다. 둘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 5개사의 순위는 작년과 동일하였다. 셋째, 지난해에는 순위에 들지 못했던 게임 기업인 닌텐도와 스마트폰 기업인 RIMM(Research in Motion)이 각각 7위와 13위에 올랐다. 넷째, 혁신의 전도사라고 불리던 3M의 순위가 20계단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IT 기업이 상위 10위 혁신 기업의 60%를 차지했다는 점은 IT 기업이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혁신 마인드가 다른 산업에서보다 더욱 긴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 있다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위에 등극한 애플, 그리고 과감한 혁신을 실천하여 최근 뛰어난 경영 성과를 거둔 닌텐도와 RIMM이다. 
 
애플은 PC인 아이맥과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에 이어 스마트폰인 아이폰 3G(3세대 이동통신) 모델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 3G를 발표한 후 강력한 경쟁기업인 대만의 HTC의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반면 애플의 주가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콘솔 게임기기의 대중화를 선도한 닌텐도의 경우에는 지난 3년간 영업이익률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며 매출 규모는 3배 이상으로 키웠다. 기존의 게임 마니아 중심의 사업 모델을 업체 최초로 일반 대중 중심으로 전화함으로써 급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용 스마트폰 전문 기업인 RIMM도 사업 모델을 대중 소비자 중심으로 확대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2008년 3월까지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휴대폰 업계 2~3위 수준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이라는 제품 세그먼트만으로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급성장한 이들 세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이들 기업은 앞으로도 고수익을 유지하며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IBM의 비즈니스 가치 연구소에 의하면 S&P Global 1200(대상 기업 1,238개)에 포함된 기업들의 성장과 주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사이에 성공적으로 성장한 기업(매출 성장률과 주주 수익률의 성장률이 평균 이상인 기업)이 413개로 나타났고, 그 중에 94%의 기업들이 적어도 한 번은 산업 평균을 밑도는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그림 2> 참조). 특히 절반이 넘는 기업이 10년 중에 4번 이상 산업 평균 이하로 성장하였다. 이와 같이 고수익성을 확보하며 업계 평균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애플, RIMM 및 닌텐도 등 3개사는 지속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들 기업에서 공통적인 성공 비결을 찾아보면서 IT 기업들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한다. 
 
 
II. 최근 고성과 IT 기업의 성공 비결 
 
애플, RIMM과 닌텐도의 공통점은 종합 IT 기업이라기보다는 몇개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문기업이며, 각 기업의 브랜드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층을 마니아 중심에서 일반 대중 소비자로 확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이들 각각은 저마다 성공 비결이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을 요약하자면 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경쟁 무기가 있다는 점,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사업하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육성한다는 점, 그리고 미래의 성장 이니셔티브를 발빠르게 준비한다는 점 등이다. 
 
고유한 경쟁 무기 확보
 
먼저, 애플은 두 가지 핵심적인 경쟁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디지털 음악 재생기기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아이튠스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휴대폰 시장의 새로운 제품 세그먼트로 탄생한 아이폰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인 OS X이다. 단기간에 아이팟의 시장 점유율을 50%이상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음악 컨텐츠 서비스인 아이튠스이다. 대부분의 MP3 경쟁업체들은 아이튠스와 같은 서비스를 상상하지 못했으며, 애플이 선수를 친 이후에는 그 같은 서비스를 사업과 직접 연결하기도 쉽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이미 아이튠스 서비스에 익숙해졌고(록인 효과), 대부분의 음악 컨텐츠 업체들도 애플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팟의 디자인에 끌려서 아이팟을 구매하지만, 음악 컨텐츠 서비스인 아이튠스의 편리함과 다양함에 매료되어 아이팟을 재구매하는 소비자 또한 적지 않다. 
 
애플의 두번째 경쟁 무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휴대폰인 아이폰이다. 아이폰의 차별적인 강점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저 인터페이스이다. 멀티 터치(Multi-touch)에 의한 인터넷 화면의 확대 및 축소 기능, 각 가속도 센서인 자이로에 의한 가로와 세로 화면의 변환, 각 기능에 대한 간단한 접근이 2단계 이내 터치로 가능해진 점, 그리고 그래픽 화면의 빠른 전환 등 아이폰만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첫선을 보였을 당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기존의 휴대 단말기기인 PDA폰이나 휴대폰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단말기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일반 대중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설계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맥킨토시 PC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구현될 수 있었다. 우리가 PC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윈도 개념도 매킨토시에서 유래한 것인데, 애플은 이를 휴대폰에 최적화하여 적용한 것이다. 기존의 휴대폰 OS에서는 이러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모방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유사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노키아와 마이크로 소프트조차 올해 말 이후에나 비슷한 형태의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아이팟의 판매를 가속화시킨 아이튠스 서비스를 아이폰에 접목시키면 두 사업의 시너지가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컨텐츠 서비스의 미래 사업들에 커다란 방향을 제시한 이러한 서비스를 앞세워 일부 이동통신 사업자와 전략적인 협력을 추진하면서 미래 전망이 더욱 밝아지고 있다. 
 
RIMM의 푸시 이메일 서비스 역시 경쟁자인 Palm, HP, Nokia 등이 모방하기 어려운 무기이다. 이것은 인터넷으로 사용하고 있는 계정 서버에 이메일이 도착하는 경우 휴대 기기로 자동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로서, 외부의 해킹이나 자료 유출 등을 방지하는 보안 기능이 강력하고 이를 유지 보수하는 비용과 사용 편리성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RIMM은 현재 기업용 이메일 서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모바일 이메일을 사용할 때 가장 큰 문제가 보안 이슈였는데, 사업 역량을 여기에 집중함으로써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고 점차 기업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것이 최근에 일반대중 소비자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레드 오션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블루 오션 창출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 대학원의 김위찬 교수가 주장한 블루오션 전략은 2005~2006년 산업 현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보다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수익을 극대화할 것을 역설한 것이다. 애플, RIMM, 닌텐도는 이러한 블루오션 전략을 착실히 실행에 옮겼다. 
 
2004년 닌텐도의 이와타 사장은 게임기 시장을 재정의하였다. 당시는 게임기기 시장이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것에 집중되었다. 동영상 그래픽 수준도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수준으로 진화되면서 하드웨어 사양은 점점 높아졌다. 이는 타깃 고객층을 게임 마니아 계층으로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높은 사양의 게임기기는 개발 비용 증가와 소요 기간 연장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총 구입 비용을 증가시켰다. 이는 시장에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양산·유통시키는 동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게임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산업 트렌드 변화를 미리 간파한 이와타 시장은 고객층을 마니아에서 대중 소비자로 바꾸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스토리 전개보다는 사용 편리성과 재미에 집중하여 일반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시켰다. 그 동안 일반 대중 소비자들은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재미가 없고 사용하기 복잡했기 때문에 게임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게임 마니아들은 다양한 불법 복제판을 만들 능력이 있었으나, 일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들이 폭력성을 자극하는 게임기가 거실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것을 보고, 게임 산업의 미래는 부모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는 데 달려 있다고 판단하여 건전한 게임 개발에 주력하였다.” 이와타 사장은 이처럼 대중 소비자 시장을 확대하기 위하여 실제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10대 청소년들의 어머니들의 마음을 읽어 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처럼 남다른 접근법이 열매를 맺으면서 닌텐도 DS는 전세계 모바일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단기간에 소니의 PSP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을 70%로 끌어 올리면서 폭발적인 성장과 높은 영업이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그림 3> 참조).
 
애플은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변화 방향을 남보다 앞서 감지하고 아이폰을 앞세워 대중적인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였다. 이 시장은 소비자 니즈는 있었으나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느린 화면 반응 속도, 재미 없은 애플리케이션, 높은 가격 등의 제약 조건들 때문에 형성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튠스라는 개발·출시함으로써 대중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은 터치폰(Touch Phone)의 진수를 보여주며 휴대폰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였으며 이는 휴대폰에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를 사용하는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 것이다.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에 진입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최근에 발표한 아이폰 3G는 작년 모델의 약점을 많이 보완하였는데, 홍콩 CLSA 증권사는 2008년 하반기 판매량이 1,8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휴대폰 4~5위 업체인 LG전자와 소니 에릭슨의 분기 판매량 2,500만대, 1위인 노키아의 스마트폰 분기 출하량인 2,000만대임을 감안할 때 위협적인 예상 판매량이다.
 
기업용 스마트폰의 강자이던 RIMM도 미래 휴대폰 성장의 주축인 소비자 스마트폰 시장을 새로이 개척하면서 2007년부터 급속한 매출 성장세와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데 있어 장애 요소로 느끼던 것은 가격과 크기였다. 500달러가 넘는 가격과 20cm이상의 두께, 일반 휴대폰의 2배 가까운 크기는 구매하기에 큰 부담 요인이었다. RIMM은 디자인 혁명으로 두께와 크기를 대폭 줄여 기기에 대한 반감을 최소화시켰다. 구매 가격에 대한 부담은 이동통신사와 전략적인 협력을 맺고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99~199달러까지 낮출 수 있었다. ARPU(Average Revenue per User·가입자당 평균 매출액) 향상에 고심하던 이동통신사에 RIMM 고유의 푸시 이메일 서비스를 연결시켜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기존에 미흡하였던 이동통신사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미래 성장 이니셔티브에 대한 발 빠른 대응
 
벤처 기업들이 초기 2~3년간 눈부신 사업 성과를 냈으나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추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발굴하지 못하여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중에서도 과거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에 안주하면서 성장을 지속하지 못하거나 사라지는 기업이 많다. 이는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고 이를 뒷받침할 ‘승부 사업’이나 당장의 성과보다는 불확실한 미래 시장을 준비할 수 있는 ‘미래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쏟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이니셔티브가 될 수 있는 승부 사업과 미래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RIMM의 자산가치가 최근 5년간 36배로 성장한 한 가지 요인은 차세대 성장 이니셔티브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대중 고객층을 넓히기 위하여 슬림 디자인을 채택하여 기존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크기를 줄였고, 이메일과 인터넷 기능을 대폭 보강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많은 대중 소비자들이 RIMM의 제품을 찾게 되었다. GMP 증권사는 2007년 하반기부터 일반 소비자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었을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승부 사업으로 대중 소비자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SNS (Social Network Service)이다. 접속 수가 가장 많은 사이트가 Facebook인데 RIMM이 이 회사와 협력하여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로 북미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Facebook의 연락처를 통하여 다자간 통화(conference call)를 할 수 있고 SMS를 통해 회의 시간을 통보해줄 수 있다. 친구들끼리 점심을 무엇으로 할지를 정하는 용도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RIMM은 ‘Talknow’ 서비스도 구현하였다. 이는 통화 전에 상대방의 통화 상태를 확인시켜주고 불통인 상태인 경우에는 통화가 가능한 상태를 통지하여 주는 서비스이다. 이는 유선전화의 키폰 기능을 인터넷 전화 혹은 이동통신 전화에서 가능하게 한 것으로 전화 통화의 불편을 크게 덜어준다. 실제로 북미 전화 사용자의 유선전화 사용시 20%는 상대방 통화 가능 상태를 확인하고 있고, 50%는 전화불통 상태에서 전화를 끊은 뒤 잊어버려서 다시 전화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호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IMM은 차세대 성장 이니셔티브를 가동하기 위하여 자신의 고유 폼팩터에서도 과감하게 탈피하며 기구 형상이 있는 QWERTY 키보드가 없는 전면 터치폰(Blackberry Thunder)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아이덴터티까지 과감하기 수정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사례이다.
 
이러한 승부 사업과 미래 사업에 대한 신속한 준비는 애플의 사례에서도 확실히 볼 수 있다.  일례로 애플 TV 사업 진출은 미래 컨텐츠 서비스 시장의 통합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와의 아이폰 3G의 보조금 협력은 적극적인 고객기반 확충 노력을 보여준다. 
 
닌텐도도 미래 테마를 헬스로 선정하며 Wii Fit를 승부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보다 많은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컨텐츠의 인터넷 구매를 유도하는 Wii Ware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세 기업의 승부 사업과 미래 사업에 대한 육성 노력이 주력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와중에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이 아니면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IT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방심하지 말고 장기 시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III. 고성과 기업과 경쟁하려면 
 
앞에서 분석한 세 기업의 성공 비결을 요약한다면 차별적인 핵심역량을 확보하여 신규 시장을 발굴 및 육성하고,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하여 발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경쟁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이를 벤치마킹하여 체질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성공 비결을 바탕으로 한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학습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성공 비결 대로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하지만, 당장에는 그들의 성공 비결과는 다른 새로운 캐치업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적의 급소를 공략하라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대중 소비자를 겨냥하면서 게임 기기의 새로운 장을 연 닌텐도는 난공불락일까? 북미,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세만 본다면 당분간 이러한 추세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된 모바일 게임 기기인 닌텐도 DS는 무려 130만대가 넘고 있다. 두뇌 훈련이 가능하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작년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와타 사장 말처럼 게임기기에 학습 기능을 추가가여 학부모에게 소구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많은 한국 학부모들이 닌텐도 DS를 구매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습 기능이나 두뇌 훈련보다는 게임 그 자체에 중독되면서, 이것 역시 게임 기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결과 새로이 출시하고 있는 거치형 게임기기 Wii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닌텐도 DS는 한때 일반 대중 소비자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으나 이 제품의 실제의 가치는 학부모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판매되고 있는 두뇌 트레이닝 같은 게임이 실제로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고, 게임에 대한 중독증이 심해지면서 이를 통제하기 어려워 기존 게임기기와 똑같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게임 소프트 웨어 중에 학습에 관계되는 것은 불과 몇개에 지나지 않아 학습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학부모들에게 생기게 되었다. 
 
실질적인 학습 기능을 풍족하게 갖춘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학부모들에게 소구하면서 닌텐도의 아성을 깰 수 있지 않을까? 메가스터디 등의 인터넷 교육 전문업체들이 자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IT 기술이 교육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루며 인터넷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과 게임 소프트웨어가 연결된다면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4년전 닌텐도가 시도했듯이 거대한 잠재시장을 열기 위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력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닌텐도가 공략해서 창출한 일반 대중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의 급소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생이 가능한 전략 파트너와 협력하라
 
아이폰의 컨텐츠 서비스인 아이튠스에 대적할 수 있는 휴대 단말기 제조업체는 통합 컨텐츠서비스 플랫폼인 OVI를 보유한 노키아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에게는 매우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단말 제조사의 강력한 협력자인 이동통신 사업자 또한 이를 기회보다는 위협적인 요소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음성 서비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로서는 컨텐츠 서비스 매출이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북미의 AT&T, 독일의 T-Mobile 등의 이동통신사가 추진하고 있는 아이튠스 서비스와의 협업은 예외적이다. 이들은 아이폰이 시장을 지배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의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최적화된 휴대 단말기라면 아이튠스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소니 에릭슨의 트랙 아이디(Track ID) 기능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휴대폰에서 음악 컨텐츠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워크맨폰이 지난 2년간 유럽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M:Metrics에 따르면 트랙 아이디 기능이 있는 소니 에릭슨 휴대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다른 경쟁사 휴대폰를 소유한 소비자보다 음악 컨텐츠 사용량이 5배 이상 많다고 한다.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은 역발상으로 대응하라
 
고성과 기업들은 각기 고유한 경쟁 우위 포인트를 갖고 있다. 경쟁 기업들이 모방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것들은 때때로 진입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파워 기업들을 성공으로 이끈 진입장벽들은 특히 대중 소비자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새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진입 장벽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대적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기업으로서는 많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가능하게 한 운영 시스템인 OS X는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지금까지 다른 어떤 유저 인터페이스보다도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두번째 제품인 아이폰 3G는 첫번째 제품과 디자인과 폼팩터(Form factor)가 똑같다. 일반 휴대폰처럼 쉽게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아이폰의 플랫폼 방식의 한계일 것이다. 이에 비해 제품(Product) 단위로 디자인된 휴대폰은 디자인과 폼팩터 면에서 더욱 다양하다.
 
대중 소비자들은 변덕스러우며 다양한 기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디자인과 모바일 경험을 요구한다. 하나의 세그먼트로서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세그멘트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대다수 소비자들은 휴대폰 전체 기능의 10% 이하만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 3G와 비슷한 수준의 고객 가치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선택 사양을 제공할 수 있다면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감동 받는 것과 구매하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폰에 감동한 소비자가 구매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의 망설임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크게 히트한 제품과 서비스도 때로는 많은 단점을 갖고 있음을 깨닫고 그 단점을 공략하는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하다. 
 
남의 지혜를 빌려 이득을 취하라
 
가장 쉬운 접근법이 있다면 이미 나와 있는 남의 해답을 이용하는 것일 것이다. IT 산업의 가치 사슬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새롭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사업 모델의 변화와 함께 관련된 가치 사슬에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연구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같은 서비스 및 솔루션 업체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Merrill Lynch 증권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경우 단순히 휴대 단말기기뿐만 아니라 아이폰 3G를 통한 컨텐츠 서비스 매출도 기존의 아이튠스처럼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따라서 인터넷 컨텐츠 사업과 더불어 휴대폰용 OS 사업을 미래 성장의 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도 애플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야후 인수에 대한 적극적 태도는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아이폰 3G를 차별화시키는 아이튠스 같은 서비스 플랫폼이 없는 다른 경쟁사들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OS를 취하면서 서비스 부분을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아이폰 3G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독점적인 RIMM의 기업용 푸시 이메일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기업이 있다. 다양한 기업용 IT 솔루션 분야에서 차별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IBM이 대표적이다. 최근 IBM과 애플이 스마트폰 기업 시장에 공동으로 진입하여 그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IBM은 이를 기반으로 다른 여러 단말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RIMM의 푸시 이메일 서비스도 IBM의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활용한다면 난공불락만은 아니지 않을까? 기업 중심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스마트폰 시장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 RIMM의 푸시 이메일 서비스의 소비자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 솔루션이 준비되지 않은 기업으로서는 많은 시행착오 비용이나 기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외부의 다양한 사업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사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활용하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IV. 맺음말 
 
전통적인 강자 중심의 IT 산업에서 새로운 파워 그룹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표적시장을 마니아 중심의 틈새(Niche) 시장에서 일반대중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함으로써 고성장과 고수익성을 확보하며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일부 계층만 사용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 계층에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따라서 향후 IT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는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가치의 발굴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보다 혁신적인 변화로 차별적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기업, 혹은 차별적인 가치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소구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비즈니스 위크에서 밝힌 2008년 10대 혁신 기업에 IT기업이 6개나 포함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래의 가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앞에서 분석된 애플, RIMM 및 닌텐도의 성공 비결을 취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기업 경영의 본질은 선택과 집중이다. 기업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확실히 구분해서 원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가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내가 선택한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새롭게 만들고 경쟁자와 다른 차별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산업에서도 영원한 승리자는 없다. 게임의 법칙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강자는 나타났고, 이러한 과정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주력 사업, 승부 사업 및 미래 사업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혁신적이며 고객 지향적인가가 고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강한 실행력이다. 애플, RIMM과 닌텐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진화시키며 가치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승부 사업 및 미래 사업에 대한 강한 실행력에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도 발굴할 수 있고 차별적인 경쟁우위 포인트를 구체화하여 진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S&P 1200기업에서 성공 기업으로 평가된 413개 기업의 56%가 지난 10년간 4번이나 산업 평균 이하의 성과를 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달성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늘은 어제와 얼마나 다른 혁신을 하고 있고 내일은 어떻게 다르게 변화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끝>

2008/07/07 17:49 2008/07/07 17:49
햡종연횡 시대의 기업 제휴 전략 - 김국태 -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제휴(Alliance)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들에게 제휴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되었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제휴 기회가 많아진 만큼 제휴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제휴가 지역적인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업종 불문, 상대 불문의 제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시대에는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보다는 ‘제휴 전략(Alliance Strategy)’이 필요하다. 일회성 계약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제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제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복잡한 제휴 네트워크 속에서 목적에 부합하는 최상의 협력 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초기부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을 측정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변화하는 ‘제휴 집단’의 역학 관계에 주목하면서, 제휴 네트워크 내 또는 네트워크 간에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을 선택해야 한다. 

< 목 차 > 
 
Ⅰ. 제휴의 중요성 증대
Ⅱ. 제휴의 최근 트렌드
Ⅲ. 합종연횡 제휴의 성공 포인트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제휴(Alliance)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백 건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다. 한창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제휴 파트너를 찾기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제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에도 기업 간 제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제휴의 모습들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나이키가 애플과 제휴해 선보인 ‘나이키 플러스’를 보자. 달리는 동안 운동화와 센서로 연결된 아이팟(iPod)을 통해 음악을 즐기면서 운동 거리와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제휴를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치열한 경쟁관계로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양사는 모바일TV 표준화와 LCD 패널 교차구매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종 산업 플레이어든 경쟁자이든 관계 없다. 이와 같이 제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제휴의 대상이나 내용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제휴 시대’라 할 만하다. 본고에서는 제휴의 최근 트렌드를 정리해보고, 복잡하고 다양해진 제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성공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I. 제휴의 중요성 증대 
 
스타벅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점포당 방문 고객이 줄고 주가가 반토막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하여 전세계를 휩쓸었던 스타벅스의 열풍이 막강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고급 커피 시장에 진출한 맥도널드, 던킨도너츠 등의 일격에 사그라든 결과이다. 흔들리고 있는 ‘스타벅스 신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지 않고는 어떤 기업도 성장을 지속해 갈 수 없음을 말해준다. 고객의 요구가 복잡·다양화하면서 사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과거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더욱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도록 요구받고 있다. 자사의 핵심역량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핵심 역량을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엇보다 먼저 M&A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M&A에는 많은 어려움과 부작용이 따른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인수 후 조직 간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시너지를 낳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맥킨지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수행된 M&A 중 57%가 주주가치 증대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본격적인 M&A 경험이 부족하다. 최근 몇몇 성공 사례가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루어진 M&A는 대부분 도산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형태에 불과했다.
 
외부 역량을 활용하는 다른 대안으로 제휴가 있다. 제휴란 다수의 기업들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통된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비(非) 지분 참여 제휴, 지분 참여 제휴, 합작투자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그림 1> 참조). 유연하고 신속하게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제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파트너십 전문 컨설팅사인 Vantage의 200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휴 관계 구축은 1980년대 중반 이래 해마다 25%씩 증가해 왔으며, 조사 대상 기업 중 4분의 1은 50개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제휴로 인해 발생되는 기업 매출도 상당했다. 연구 대상 기업 중 30%는 최소 3억 달러 이상을, 절반의 기업이 매출의 최소 20%를, 4개 중 1개 기업이 30%를 각각 제휴로 얻고 있었다.
 
이처럼 제휴가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제휴를 성공으로 이끌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십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체결된 제휴 중 절반 이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계약 체결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제휴의 운영과 파트너 관계 유지 등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제휴의 궁극적인 목적이 파트너와 협력하여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임을 간과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II. 제휴의 최근 트렌드 
 
 
제휴의 최근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제휴의 중요성과 기회가 많아진 만큼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적인 경계도 넘어선 지 오래이고, 업종 불문, 상대 불문의 제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제휴의 모습과 그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자(<그림 3> 참조).
 
복잡다단한 관계로 확대 
 
제휴라 하면 흔히 두 업체 간 일대일 협력 관계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제는 복수의 복합적인 협력 관계가 확산되고 있다. 그 원인은 산업의 고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약이나 통신장비 제조업 등은 과거의 단순 제조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술적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하이테크 산업이다. 몇몇 업체만으로 필요한 혁신 활동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산업 내 제휴 관계는 필수적이다. 그 결과 복수업체 간 제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로젠코프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2개 산업의 제휴 네트워크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가죽신발 제조업이나 제지업 같은 전통적인 제조 분야에서는 단순한 일대일 제휴 관계가 지배적이었다. 두 업체 간 제휴들이 서로 분절되어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었다. 이에 반해 제약, 컴퓨터, 통신장비, 자동차 제조업 같은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제휴 건수의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범위가 훨씬 넓었고 협력 관계도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글로벌화도 제휴 관계가 복잡다단하게 변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신흥 성장 시장 진출 시 글로벌 선진업체들이 현지업체들과의 제휴를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해외 선진업체들이나 현지 우수업체들과의 제휴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국경이 무의미지면서 제휴 파트너 관계도 다원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협력 분야의 확대도 기업간 협력 관계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과거 선진업체와 후발업체 간 제휴는 기술 이전과 신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국내업체들 간 제휴도 단순 마케팅 이벤트가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공동 기술 및 제품 개발, 대규모 공동 투자, 공동 생산, 신사업 기회의 창출, 교차 구매 등 가치 사슬 전반에서 제휴가 이루어지면서 복수의 수평적 제휴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제휴 활발 
 
일견 관련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종 산업 간 제휴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산업 전반의 대표적 메가트렌드인 컨버전스의 확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 초기에는 카메라나 MP3 등 디지털 중심의 기능이 하나 둘 추가되다가 어느덧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휴대폰 업체와 패션 브랜드의 만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인 프라다와 함께 ‘프라다폰’을 공동 개발하여 유럽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단순한 공동 마케팅 차원을 넘어 휴대폰 디자인과 콘텐츠 패키지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양사가 공동 참여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작년 하반기에 아르마니와 제휴한 ‘아르마니폰’을 유럽시장에 내놓았다. 휴대폰의 패션화는 치열한 경쟁 레이스에서 앞서가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휴대폰 제품에 다른 업종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접목시킨 것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간 짝짓기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애플, 구글, MS 등 IT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차량용 최첨단 IT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재규어는 신제품 스포츠세단 재규어XF에 애플이 디자인한 세계 최초의 다이얼 변속기를 장착했다.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라고 불리는 다이얼 모양의 이 변속기는 처음에는 숨겨져 있다가 시동을 걸면 운전자에게 악수를 청하듯 쑥 올라온다. BMW는 구글과 제휴해 내비게이션에 구글 검색 기능을 집어넣은 ‘커넥티드 드라이브’와 구글맵을 이용하는 ‘마이인포(MYINFO)’서비스를 신차 모델들에 적용하고 있다. 운전자와 승객이 차 안에서도 인터넷 검색과 길 안내를 손쉽게 받을 수 있는 IT시스템을 통해 차별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포드가 MS와 공동개발한 ‘싱크(Sync)’, 폭스바겐이 구글과 제휴해 내놓은 ‘3D맵 내비게이션’ 등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지난해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과 차량용 반도체 공동개발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MS와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였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것 같다.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적과의 동침’을 과감히 추진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경쟁이 아닌 협력의 관점에서 제휴를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동종업계 내 경쟁자들간의 제휴 협력 관계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표> 참조). 얼마전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와 2위 업체인 보잉사가 공동설계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의 무기 구매 사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양사는 미 공군의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사업 참여를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기에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제휴를 하는 것일까?  
 
첫째, 상호 약점의 보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 시장을 각각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퍼블리시스가 올해 초 제휴를 선언하고 나섰다. 구글은 케이블 TV, 라디오 등 오프라인 매체 사업이나 광고 구매 분야에서, 퍼블리시스는 온라인 매체 광고 분야에서 기술 및 경험을 보완함으로써 광고 효과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산업 특성상 첨단 기술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LCD, 반도체 산업 등에서 목격되는 제휴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삼성전자와 소니는 7, 8 세대 LCD 패널 생산을 위해 ‘S-LCD’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LCD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했다. 지난달 LCD 패널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TV용 패널의 교차 구매 제휴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사 모두 투자 효율성을 높이면서 한국업체 타도를 위해 최근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 대만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선도업체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4월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의 D램 합작공장 설립, 지난달 하이닉스와 프로모스의 포괄적 제휴 등 선두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사와 합작사 설립, 공동 기술 개발 등 적과의 동맹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분담하면서 공동전선을 펼쳐 선두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경제를 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예를 보자. 벤츠는 자동차 시장의 맞수인 BMW와 지난 3월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갈 신형 리튬이온 전지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소형차 엔진을 공동생산하는 등 폭넓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와 공동 개발·생산하고, 하위 협력업체들을 공유하여 공동 부품 및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III. 합종연횡 제휴의 성공 포인트 
 
 
적절한 외부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라면 국경 넘어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제휴 상대에도 제한이 없어 적과의 동침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합종연횡의 협력 시대에 제휴에 성공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4> 참조).
 
1. 목적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기본 
 
제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제휴를 검토하는 데 있어 우선은 제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기술을 획득한다든가 혹은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는 잠재적 제휴 대상 기업이 과연 자사가 필요한 바를 보유하고 있는 최적의 파트너인지를 사전에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휴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유용한 판단의 잣대로 기능한다. 제휴는 느슨한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길을 잃고 실질적인 소득도 없이 시행착오만 겪을 수 있다. 급기야 제휴를 끝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제휴의 영역이 가치 사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제휴 영역 이외의 기밀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각각의 제휴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들이 제휴의 목적과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고 공유함으로써 이러한 제휴의 부작용들을 예방할 수 있다.
 
2. 입체적으로 제휴 관계를 관리하라 
 
‘제휴에 있어 파트너를 잘 선정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얘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휴 네트워크가 글로벌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제휴 대상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그만큼 최적의 제휴 파트너를 식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더 제휴에도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것이 필요해졌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전략 방향이 바뀌거나 이에 따라 제휴 파트너의 중요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제휴의 이러한 다이내믹한 관계를 깨닫지 못하면,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우선순위가 낮아진 제휴에 몰두하는 바람에 정작 기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제휴에는 자원과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HP, Lilly, Corning, AMD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제휴 활용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휴 담당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AMD의 경우 제휴의 목적과 제휴 후보사 간 매트릭스를 작성하여 최적의 파트너들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매트릭스는 <그림 5>와 같이 세로 축에는 제휴의 목적들을, 가로 축에는 현재 제휴 중인 업체를 포함한 잠재적인 제휴 대상 업체들을 기입한 형태이다. 목적별로 각 제휴업체와의 협력에서 충족될 수 있는 정도를 상대점수로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복수의 제휴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업체라든지, 특정한 목적에서 우위를 보이는 파트너를 알기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이 매트릭스는 최고경영진과의 협의 시 활용되어 제휴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3.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화학적 결합에 힘써라 
 
제휴 홍수라 할 만큼 제휴가 확대되었지만, 계약 체결로 제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많은 제휴를 맺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제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휴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파트너 간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제휴 파트너들 간 오픈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현실은 아직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Vantage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제휴 담당 매니저들이이 ‘좋은 업무 관계(Working Relationship)를 형성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를 제휴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계약 체결 상의 법적·재무적 조건 때문에 제휴가 실패했다’는 응답은 소수(14%)였지만, 실제 기업들은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약업체인 쉐링푸라우(Schering-Plough)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제휴 시작 시점부터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제약업체는 제휴 계약을 체결하자 마자 체계적인 ‘제휴 관계 개시(Alliance Relationship Launch)’ 과정으로 들어간다. 약 5주 간의 회의를 통해 파트너사와 함께 상호 차이점에 대해 조사하고 앞으로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검토한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관리·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개발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메커니즘도 수립한다. 특정 사안들을 처리할 공식적인 검토 위원회의 설치 여부나 회의 주기, 의결 절차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게 된다. 이 모두가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난관이나 갈등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4. 과정 지표로 커뮤니케이션하라 
 
복잡다단한 제휴를 맺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 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대상과 내용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제휴의 성과 측정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적절한 성과 측정 방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휴의 속성상 상당한 금전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초기부터 재무적 성과 중심으로 측정을 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파트너 간 상호 확신은 점차 떨어지고, 조직 내부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도 시들해져 제휴가 고사 직전으로까지 몰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종 목표나 결과가 아닌 과정이나 수단을 측정하는 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제휴 초기에는 파트너 간 정보 공유,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의사결정 속도 등을 측정하여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제휴의 성공을 미리 가늠해볼 수 선행지표로써 파트너 간 몰입과 조직 내 자원 투입을 계속 이어갈지에 대한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균형 성과관리표(Balanced Scorecard)에 제휴 관련 활동들을 반영함으로써 제휴를 위한 내부 지원이나 역량 육성 계획도 이끌어낼 수 있다.
 
5. '제휴 집단'의 변화에 주목하라 
 
대부분의 제휴는 복수 관계로 확대되었다. 상호 의존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양자간 관계뿐만 아니라, ‘제휴 집단(Constellation)’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제휴 집단이란 특정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경쟁하는, 제휴로 연결된 기업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제휴집단의 사례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루프트한자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이 중심이 된 ‘Star Alliance’가 대표적이다. 이 제휴집단에는 양사 이외에 싱가포르 항공, ANA, Air Canada 등 각 지역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항공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항공사들도 ‘Sky Team’, ‘One World’ 등을 브랜드로 내건 다수의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들 간의 경쟁은 개별업체 간 경쟁보다는 제휴 집단 간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러나 단지 복수의 제휴를 맺고 특정 제휴 집단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휴 집단에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제휴 집단은 복수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파트너가 제휴에 합류할 때마다 목적 역시 추가되어 점점 더 복잡해진다. 이 경우 제휴 네트워크 내에서 파트너들 간에 중복 관계나 라이벌 관계가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파트너들이 참여하게 되면 다양하고 혁신적인 대안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반면, 파트너들 간 갈등으로 인해 제휴 집단 내 혼란이 커질 수도 있다. 물론 제휴 집단 내에서 영향력이 충분히 크다면, 제휴 집단 내 역학 관계를 조정하여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경쟁으로 치닫는 제휴 집단이라면  제휴 목적 달성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제휴 집단에 비해 공동의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제휴 집단 내부에서 혹은 제휴 집단들 사이에서 적절한 스탠스를 잡는 것이 특히 중요해진다.
 
‘전략적 제휴’에서 ‘제휴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들에게 제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합종연횡 식의 제휴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전략적 제휴’보다는 ‘제휴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제휴를 더 이상 명목 상의 일회성 계약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제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복잡한 제휴 네트워크 속에서 목적에 부합되는 최상의 협력 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변화하는 제휴 집단의 역학 관계를 주시하면서, 제휴 네트워크 내부에서 또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에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입장과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끝>
2008/07/07 16:13 2008/07/07 16:13
글로벌 아웃소싱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이제 R&D나 디자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기업 생존 전략의 일환이 되고 있다. 글로벌 아웃소싱의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의 시사점을 제안한다.             - 김국태 경영연구그룹 연구원 -

글로벌 아웃소싱이 기업 활동의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듀크대와 아키스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중 70%가 현재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고 있으며, 55%가 향후 3년 이내에 이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유엔 무역개발위원회 조사에서는 유럽 500개 기업 중 200개 기업이 이미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 현상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양적인 팽창 외에 내용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변화되고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웃소싱의 혁신적 변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글로벌 아웃소싱은 비용절감을 위해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 부문을 담당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IT업무의 급성장과 함께 ‘오프쇼어링(Offshore Outsourcing)’방식, 즉 외주 용역업체를 통해 서비스분야 인력을 다른 나라에서 고용하는 경영기법이 확대되고 있다. 맥킨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프쇼어링은 향후 5년간 매년 30~40%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오프쇼어링의 형태 또한 콜센터, 의료 기록 필사(transcription) 대행업, 회계 데이터 처리 같은 단순 업무에서 재무 분석, HR 등 기업 업무의 한 과정을 통째로 내보내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로 확대되고 있다.
 
아웃소싱과 관련한 최근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화는 기업의 핵심 분야인 디자인, R&D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델, 모토롤라, HP 등 글로벌 기업들은 노트북, HD TV에서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하이테크 제품들의 디자인을 아시아의 아웃소싱업체들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자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잉사는 인도의 HCL테크놀러지와 최신 기종에 사용될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 중에 있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와 엘리 릴리사도 신약개발을 아시아의 생명공학 회사들과 공동으로 하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대세 
 
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급격한 노령화와 노동 참여율 감소 등으로 2010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노동시장에서 약 560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 중에서 특히 약 97만명의 기술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같은 인력부족 현상과 함께 IT 기술발달에 따른 통신과 인터넷 발달로 지구 반대편에서라도 의뢰한 업무를 실시간으로 감독·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글로벌 아웃소싱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시장을 넓힘과 동시에 그만큼 기업 경쟁을 격화시켰다. 자연스런 결과의 하나로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품 개발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더구나 까다로운 고객 취향은 하나의 아이템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휴대폰 모델 하나를 설계에서부터 제품으로 완성하는데 대략 1천만 달러와 150여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객들의 복잡하고 다양해진 니즈를 고려할 때, 시장에서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업의 R&D 투자 부담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 부분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은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모토롤라, Cisco, HP, 루슨테크놀러지 등 IT 기업의 예를 보면 과거에 비해 폭 넓은 제품사양을 시장에 선 보이면서도 실제 R&D 부담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Cisco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과거 5년간 평균 17%에서 2003년 14.5%로 하락하였다.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되는 R&D 부분에서의 아웃소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기가 되었을 것이다.  


글로벌 아웃소싱과 경영활동의 변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가 가져온 기업 경영활동의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 시장 확대의 전진기지화 
 
최대 글로벌 아웃소싱지로 꼽히는 인도의 경우, 과거 비용 절감에 초점에 맞추어졌던 것에서 시장 확대의 전초지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델컴퓨터는 인도에서 2천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등 아웃소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인력증원이 고객지원업무가 아닌 S/W 연구개발 부문의 인력 증원이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 델의 CEO, 케빈 롤린스는 향후 성장의 대부분이 미국 밖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도 아웃소싱 확대의 목적이 단순한 비용절감용이 아님을 강조했다. 델의 움직임은 아웃소싱이 기존의 비용 절감 목표에서 S/W 개발 역량을 강화하여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수단의 일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니치플레이어 등장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고도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니치플레이어가 비즈니스 성장모델로 떠오른 것도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대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업체가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자일링스와 ARM이다. 세계 최초로 팹리스 모델을 내놓은 자일링스의 경우, 제품 생산은 대만의 UTM과 미국의 IBM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영업망까지 세계 각국에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설계와 연구개발만을 맡아 세계 PLD시장 분야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도 제품생산 대신 모바일 제품용 CPU의 코어 기술만을 주요 반도체업체에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공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팹리스기업협회(FS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반도체업체가 연평균 7% 성장한 데 반해, 상위10대 팹리스 업체들은 20% 성장세를 기록했다. 마진율에 있어서도 연평균 47.3%로 반도체업체의 44.5%를 상회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20~30%를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적과의 동침 
 
R&D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R&D 생산성의 향상은 가져왔지만, 새로운 경쟁자를 스스로 양성하는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실제로 휴대폰업체에서 그 사례가 등장했다. 모토롤라는 수백만대의 자사 휴대폰의 생산과 개발을 대만의 벤큐사에 아웃소싱해왔다. 그러나 벤큐사는 작년에 자사의 브랜드를 달고 중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였다. 과거의 단순 제조 아웃소싱과 달리, 기업의 핵심 영역인 R&D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아웃소싱업체가 경쟁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과거 아웃소싱의 금기 영역이었던 R&D 부문마저 외부업체에 맡기게 되면서 외부의 기업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는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거 연구개발에 대한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경쟁우위를 가졌던 기업들이 이제는 외부업체의 R&D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점차 핵심역량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 BCG의 부사장 짐 앤드류는 “기술 혁신이 외부 공급업체에 맡겨진다면, 기업들의 내재적 가치는 점차 소멸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기업의 핵심 분야마저 점차 외부로 넘겨진다면, 그만큼 기업이 직접 소유할 수 있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역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에의 시사점 
 
앞서 살펴본 글로벌 아웃소싱의 동향과 기업 경영활동의 변화 모습을 고려하여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 생산 외 기능으로의 확대 
 
글로벌 아웃소싱의 트렌드는 단순히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자사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영역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종신고용이라는 사회규범 때문에 상당부분을 수직통합 시스템에 의존해 온 소니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인력까지도 아웃소싱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혁신적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생산비용 절감 위주의 아웃소싱에서 벗어나 R&D나 디자인 등 여타 영역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이리버로 대표되는 MP3제조업체인 레인콤의 사례는 본받을 만하다. 제품의 생산은 중국에 공장을 둔 홍콩 AV컨셉트사에, 기술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MP3플레이어의 차별적 요소인 제품디자인은 실리콘벨리에 본사를 둔 이노디자인에 아웃소싱하였다. 그 대신 레인콤은 R&D와 마케팅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디자인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디자인 아웃소싱 비중을 향후 확대할 계획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 지역적 리스크에 대응 
 
매출 500억달러 이상의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딜로이트 앤 투쉬가 실시한 아웃소싱 관련 조사에 따르면, 아웃소싱한 기업 중 25%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용과 부작용으로 추가적 아웃소싱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4%는 계약서상 명기되지 않은 숨어있는 추가비용과 리스크 등으로 비용절감에도 실패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아웃소싱은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파트너업체를 지배못할 경우 막대한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휘둘리게 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아웃소싱의 대표적 국가는 인도와 중국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법제적 인프라 등으로 지역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스위스 경제학자인 리히터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아웃소싱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아웃소싱하려는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GE는 인도 글로벌 아웃소싱의 시발점이자 BPO의 성공모델이었던 GE캐피털인터내셔널서비스(Gecis)를 지난해 매각했다. 인도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 매력이 떨어졌으며, 인도시장 자체가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자체 고급 인력수요를 높여놓아 고급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국 금융업체 캐피탈원, 투자은행 레만브라더스 등이 인도 안내원의 영어구사 능력이 낮으며 고객불만도가 높다는 등의 이유로 콜서비스 업무를 다시 본국으로 옮겨간 사례도 있다.
단순히 저임금 차원이 아닌 고객 서비스의 질, 기술력을 비롯해 시장성과 정치·사회적 안정, 문화적 동질성 등 지역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 최적의 파트너 선정과 역할 분담 
 
성공적 글로벌 아웃소싱을 위한 또다른 조건으로 파트너의 선정 및 합리적인 역할 분담과 성과 공유 등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해외 파트너만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도요타의 경우, 품질·가격·납기라는 세 조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파트너와 거래한다는 원칙 하에 일본 내 1500여개 업체들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CCC21프로젝트에 따라 아웃소싱업체가 스스로 품질개선의 아이디어를 내는 등 공존공영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비용절감과 파트너사의 경쟁력 제고를 함께 달성하였다. 반면 벤츠의 경우 해외 아웃소싱업체에 과도하게 의존만 하다가, 부품업체의 품질력 저하로 최근 미국시장에서 2천대 차량의 리콜사태로까지 이어졌다.
 
‘Treo650’라는 스마트폰 개발 시 PalmOne사가 보여준 접근 방법은 글로벌 아웃소싱과 관련된 바람직한 역할 분담의 사례라 할 수 있다. 2001년부터 대만의 ODM업체인 HTC에게 하드웨어적 제품설계를 담당하게 하고 PalmOne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외관과 느낌, 디스플레이와 코어칩 등 핵심 요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PalmOne사가 직접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아웃소싱의 혁신 과정에서 양사 간 성공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으로 PalmOne사는 개발기간을 수개월, 제품결함을 50% 감소시킬 수 있었다.
 
● 핵심 요소에 대한 보호 장치 마련해야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과 변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도 어느 영역까지 외부에 맡길 것인가는 각 기업이 보호해야 하는 차별적 핵심 역량에 달려 있다. 모든 제품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델은 제품의 자사 디자인이 차별적 핵심역량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 모토롤라의 경우, 저가 휴대폰은 모든 개발을 외부업체에 의존하지만, 레이저폰 등 최고급품의 모든 개발요소는 본사가 직접 통제하는 이원화된 체계로 가져가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에 강점을 가져온 애플사의 경우, 아웃소싱의 확대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핵심역량 보호를 어필하기 위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즉, 자사의 연구소가 히트상품을 직접 개발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iPod의 뒷면에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문구를 새겨넣고 있다.
 
해외 R&D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 또한 해외 R&D업체와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때 자사의 핵심역량이라 판단되는 지적재산기술과 범용기술 간 경계에 대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아웃소싱의 확대 속에서 자사의 강점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투자자나 소비자에게 명확히 인지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냉철한 경계 설정부터 
 
글로벌 아웃소싱은 더 이상 저임금국가로의 일자리 이동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기업 자원을 집중하기 위하여 유연성을 높이는 전략적 수단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노키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퍼티 코호넨의 말처럼, 오늘날 기술과 공급업체들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어느 기업도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거역할 수 없는 글로벌 아웃소싱 시대에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자사가 끝까지 직접 보유하고 통제해야 할 핵심 요소와 외부로 넘길 수 있는 여타 요소 간 경계선을 조정하여 긋는 작업부터 냉철하게 시작해야 한다. 최신 기술이 되었건, 고객과의 관계가 되었건 간에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면 결코 경계선 밖에 두지 말아야 한다.  
2008/07/04 18:03 2008/07/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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